2010년 7월 26일, 1박 2일 의 빠듯한 해남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날, 여독을 풀려고 나의 작은 공간 대자리 위해서
뒹굴거리고 있는 순간,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어하는 친구의 전화기를 타고 온 목소리-그것은 당장 스트레스를 분출하고 싶어하는,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목소리였다,- 를 듣고 어디가 적당한 여행지일까를 머릿속으로 또르르 굴리기 시작했다.
사실 여행이라는 것이 대략적인 계획을 마음과 머릿 속에서만 구상될 뿐이지 실행이 잘 되지 않는다. 특히 나 같은 유형의 인간에게는 실천이 매우 어렵다. 계획은 하더라도 다음 날 늦게 일어난다거나, 날씨가 뒷받쳐 주지 않는 조건에서는 늘 불발로 돌아간다.
이 여행도 사실 친구의 답답함의 분출이 촉매제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부산, 대전, 강원도 등 여러 지역이 조사 대상에 올랐고, 나는 집에서 인터넷 조사를 시작했다. 좀처럼 결정을 못내리고 있던 찰나에, 남해에서 출발하는 친구가 '일단 대전가는 차를 탈게, 근데 그게 1시 차라서 지금 탈게, 이 차가 서울 가는 길에 대전에 내려줘' 라는 말에 , 나도 ' 그럼 서울로 와 , 일단. 거기서 출발할 수 있는 곳이 많으니까.'라고 말해버렸다.
그래서 결국, 부산이나 한 강 이남 지역은 목록에서 지워지고, 강원도 지역이 대상에 올랐다.
얼마 전, 1박2일에서 속초의 생선구이 집이 방영되,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 속초로 가자고 했다.
속초는 서울에서 1시간 10분정도 걸린다고 하니, 거리도 오케이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버스 안 사람도 가득했다.
속초 버스 터미널에 내려 터미널에서 오른쪽으로 걸어가다 왼쪽으로 꺾어 좀 걸어가다보면 생선구이 골목이 나온다. 가는 길은 약 15분 정도 걸린다,
갯배를 타고 내리는 곳 바로 앞에 1박2일 팀에서 들렸던 생선구이 집이 있다. 위치의 특성으로 인해 1박2일에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더 유명한 집은 이 집의 오른쪽 옆에 있는 88생선구이 집이다. 이 집은 방송은 타지 않았지만 손님들로 북적였고 줄은 선 사람들도 많았다.
우리는 1박2일에 소개되었던 곳으로 들어갔다. 아침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았다. 갯배에서 내려 들어가는 가게의 문은 뒷문이고, 사실 앞쪽으로 가, 순서를 배정받고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우린 그것을 몰랐고 무작정 들어갔다. 그러나 실내에는 자리가 아예 없고, 뒷문의 임시로 설치한 듯한 바깥 공간의 탁자에 앉았다. 사실 뒷문 쪽은 냉방이 되자 않아 엄청 덥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꾸 들락날락하여 불편하기도 그지 없다. 주문도 바빠서인가,, 한참 후에나 이루어졌고, 서비스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사장님은 뒷문으로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앞문으로 오라며, 순서를 기다려야 하고 등등... 바쁘게 말하고 왔다갔다 거렸다. 우리는 그 광경을 보며, "사장님, 참 장사 못한다. 번호표를 나누어 주던가, 시스템을 좀 바꾸어야 할 텐데..." 라고 말했다. 갑자기 방송을 통해 홍보가 되어, 손님들이 많아져 밀려드는 손님들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자 사장님이 드디어 주문을 받으러 왔고, 생선구이는 2인분 이상이 가능하다고 했다. 1인 1만원이었다. 가지고 온 생선의 양은 많지 않아 보였는데, 먹어보니 양은 적정했다.
또 방송을 통해 유명해진 것이 아바이 순대였는데, 이 집도 순대를 팔고 있었다. 그런데 사장님이 순대는 어딜가나 다 똑같다고 한다. 한 두 곳의 공장이 일괄적으로 만들어 여러 가게에 내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우린 생선구이만 주문했다.
사장님이 손님들의 서비스에 대해 얼굴로 나타난 불만을 어느정도 읽었는지, 우리에게 바빠서 정신 없다며, 겸연쩍은 이야기를 하셨다. 조금 거칠긴 해도 먹는 법이라던가를 알려주었다.
밥도 같이 나와, 생선과 같이 먹을 수 있었다. 숯불에 구워 먹으니 생선의 맛이 더 고소하였다. 생선이 이렇게 먹을 부분이 많은 것인지 이 구이집에서 먹다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덥지만 않다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 텐데. 여름철 보다는 겨울철에 생선구이가 더 맛있을 것 같다.
그리고 방송의 힘이 이렇게 많은 인파를 모으는 것에 대단함을 느꼈고, 이것이 준비되지 않은 가게들에게는 어쩌면 손님이 냉정하게 돌아설 수 있게도 만들 수 있겠다 하는 안타까움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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